안녕하세요 문화생활을 즐기는 크리미입니다.
제가 리뷰할 영화는 아가씨 이후로 6년 만에 나온 박찬욱 감독의 11번째 장편 영화 박해일, 탕웨이 주연인 <헤어질 결심>입니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가 사망자의 아내와 만난 후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
- 개봉 : 2022년 6월 29일
- 장르 : 로맨스, 멜로, 드라마, 미스터리
- 감독 : 박찬욱
- 국가 : 한국
- 등급 : 15세이상관람가
- 러닝타임 : 138분
- 출연 : 박해일, 탕웨이, 이정현
- 평점 : 7.8
주요 정보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됩니다.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 봐."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 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낍니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 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젊은 중국인 여자가 산에서 죽은 사건. 늙은 남편이 불쌍하더라고." 서래를 신경 쓰는 해준, 진심을 숨기는 용의자. 용의자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는 형사. 세계를 뒤흔든 단일한 화제작 마침내 모두가 빠져든 수사멜로극 그들의 <헤어질 결심>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 <올드보이> <박쥐>를 이은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칸 영화제 본상을 수상한 영화입니다.
헤어질 결심 시놉시스
형사 해준은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입니다. 늘 양복을 입고 필요한 것을 모두 빠짐없이 챙겨 다니는 그는 어떻게 보면 이 세상에서 보기 힘든 그런 존재처럼 보입니다. 부산에서 형사생활을 하는 그는 아내가 이포 원자력발전소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주말이면 이포에 내려가 그녀에게 요리도 해주고 부부관계도 보내는 성실한 남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불면증이 있습니다. 잠들지 못해 늘 잠복으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구소산 정상에서 기도수라는 남자가 추락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해준은 이 사건을 맡습니다. 시체검안소에서 기도수의 아내 송서래를 처음으로 만나게 됩니다. 기도수보다 어리고 아름다운 이 중국 여자. 남편의 사망 소식이 많이 놀라웠겠다며 서래에게 말을 건넵니다. 산에 가서 안 오면 "마침내 죽을까 봐"라는 말을 하는 서래. "마침내" 그 말 때문인지 해준은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게 됩니다. 뒤에서 밝혀진 진실은, 기도수가 나쁜 인간이라는 것입니다. 아내인 서래를 구타하고 소유욕에 미쳐 모든 물건에도 이니셜을 새겼으며 그녀의 몸에도 이니셜을 새겨 두었습니다. 그래서 남편의 죽음에도 슬퍼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부검 결과 기도수의 손톱 밑에서 DNA가 검출되고 경찰서로 온 서래는 입을 벌리고 검사를 받는데 해준의 넷째 손가락에 결혼반지가 있는 것을 봅니다. 남편이 산에 가자고 하지만 싫어서 싸웠다는 말을 하고, 자기는 바다가 좋다고 하는데, "응 나도." 말하는 해준. 해준은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 듯 정성껏 요리를 해주고 치약에 칫솔까지 묻혀 살뜰히 챙긴다. 해준은 불면증이 있는데, 서래 집을 감시하듯 잠복근무를 하고 있지만 그녀는 그가 지켜주고 있다고 느낍니다. 까미귀를 묻어줄 때 친절한 형사의 심장을 갖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에게 나중에 해준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왜 심장을 갖고 싶은지 물었을 때 서래는 심장이 아니고 마음이었다고 말합니다. 간호사였던 서래가 중국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펜타닐로 살해했다는 걸 해준이 알게 하고, 어머니의 부탁으로 그렇게 한 것임을 말합니다. 기도수의 죽음도 자살로 종결됩니다. 서래와 함께 있을 때 오랜만에 해준은 깊은 잠을 자게 됩니다. "나 해준 씨 미결 사건이 되고 싶어서 이포에 갔나 봐요." 너무 갑작스러운 행동을 하는 서래. 두 사람이 좋아하는 바다에 파도가 매섭게 치고 서래를 찾아 헤매는 해준.
기억에 남는 장면
비가 내리고 해준이 서래의 머리칼을, 얼굴을 쓰다듬고 서래가 손으로 자신이 머리를 정리하겠다는 동작을 하는데 자연스럽게 손을 돌려 잡고 응? 하는데 연인 같아 보이고 설레었습니다. 서래는 "한국 여자들은 손이 참 보드랍죠?" 한다. 너무 예쁜 사람이 그렇게 말하는데, 해준 눈에는 이미 서래밖에 안 보이는 것 같습니다. 해준은 핸드크림을 발라주며 "간병인은 장갑 많이 안 씁니까? 굳은살이 이게.." 하며 핸드크림을 발라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짧았지만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으면서 나누는 찰나의 대화가 좋았습니다.
"잠은 좀 잡니까?" 서래가 묻자 해준이 "내가 한 시간에 마흔일곱 번 깬대요. 믿어져요?" 합니다. "내 잠 빼주고 싶네요. 건전지처럼." 차 안에서 서로의 손목에 같은 수갑을 찬 채 손을 포개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이 두 장면이 기억에 남는데 서로가 깊은 마음이라는 게 느껴졌습니다.
총평
살해용의자와 형사의 로맨스가 공감하기 어렵고 개연성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처음 볼 때는 지루하게 느껴져서 기대에 비해 아쉬움이 남는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 보고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가 되었습니다. 재미 요소로 볼 영화를 찾는다면 후회하실 수도 있습니다. 러닝타임이 길어서 조금 지루했지만 이 영화는 장면 하나하나에 잔상이 깊게 남게 했습니다. 박찬욱 감독만의 스타일로 연출했던 작품이라 작품 그대로 느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스릴러보다는 멜로물에 좀 더 가깝습니다. 액션보다는 정적인 고요한 느낌이 더 많습니다. 저는 궁금한 영화였는데 불호인 의견도 많았지만 처음 볼 때보다 다시 보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두 번 볼 때는 느낌이 또 다릅니다. 두 남녀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연기한 것 같아서 박해일 탕웨이 두 사람이 계속 떠오르네요. 박찬욱 감독이 이 시나리오에 박해일 배우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었는데 그 말에 공감이 갑니다. 청룡영화상에서 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과 원작자 정훈희가 무대에서 <헤어질 결심> ost 안개를 부르는 장면에서 탕웨이가 영화 속 서래에 몰입한 듯 눈물을 쏟아내자 토닥이며 따뜻한 눈빛으로 위로해 주는 해준 역할의 박해일 배우, 두 사람이 한 화면에 잡히자 청룡상에서 서래와 해준 두 사람이 만났던 것 같아서 눈물 나게 좋았습니다. 마침내. 다시 만난 것 같은 장면 말입니다. 갑자기 사랑에 깊게 빠지거나, 개연성이 아쉬울 순 있으나 이 영화는 볼 때보다 보고 나서 여운이 오래 남는 것 같습니다. 엔딩크레딧 올라갈 때 나오는 듀엣곡이 참 좋았습니다. 청룡상 무대로 보았던 바로 '안개'라는 노래입니다. 영화를 다 본 후에 그래서 검은 화면으로 남을 때까지 끝까지 들었습니다. 두 사람이 부르는 것 같아서 끝까지 듣고 싶어 졌습니다. 비극이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엔딩 부분에서 그에게 끝까지 기억되고 싶은 존재로 남고 싶어 하는 서래의 욕망이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마침내 그녀는 그런 선택을 했습니다. 쿠키영상은 따로 없었지만 노래를 끝까지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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